미 상무부는 지난해 미국의 무역 적자가 7천258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4년의 6천176억달러보다 17.5% 증가한 것으로 4년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적자는 2천16억달러로 치솟아 1년전보다 24.5%나 늘어났다. 일본과의 적자가 827억달러, EU 25개국과의 적자는 1천224억달러, OPEC 회원국들에 대한 적자는 927억달러 등 각각 사상 최대다.
예상된 통계이나 막상 수치가 확인되자 무지막지한 통상압력 공세를 예고한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얼마나 광분하는 지는 레이건 행정부를 돌이켜보면 충분하다.
90년대 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진 것은 대일 적자를 줄이려는 미국의 압력 때문이었다. 1985년 미국의 무역 적자는 총 1,485억달러, 그중 대일적자가 497억달러였다. 미국은 무역적자의 3분의 1이 특정국가에서 비롯돼서는 안된다며 대일 압박을 높였다.
지난해 고이즈미 1차내각의 해산을 촉발한 우정민영화 법안은 89년 미일 구조협의에서 미국이 요구한 핵심사안이었다. 미국은 상대국 정권의 명운도 간단히 외면한다.
엔화 환율에도 미국의 강압이 드러난다. 엔화는 1949년 달러당 360엔(닷지라인)에서 시작돼 73년 엔화의 변동제 전환후 265엔, 85년 G5의 플라자합의로 240엔까지 절상된다. 미국의 압력이 본격화되자 엔화 환율은 88년 달러당 120엔에서 95년4월 80.6엔까지 떨어졌다. 일본경제는 97,9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장기침체 늪에 빠진다.
환율변동 요구와 통상보복으로 꼽히는 미국의 행패는 어느 나라에도 예외없이 적용됐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은 대미 흑자가 2천억달러를 넘었으니 미국이 이를 방치할 리가 없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대응논리를 만들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무역흑자는 국제분업의 결과로 생긴 허수라는 논리다. 일본, 대만, 한국 등이 중국으로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한 뒤 구미로 수출하는 형태여서 중국은 통계상 흑자를 내지만 실익은 이들 국가가 챙겨간다는 주장이다. 미국 EU 자본의 다국적 기업이 중국에 현지공장을 세우고 미국 EU에 수출해 벌어들인 무역 흑자가 왜 중국 탓이냐는 푸념도 덧붙인다.
지난 몇 년간 위안화 절상 요구에 꿋꿋이 버틴 중국 정부의 태도에 비춰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미국도 직시한다. 최근 미국의 정책기조는 중국 위협론에서 중국이 '이익상관자(Stakeholder)' 역할에 충실하도록 촉구하는 유화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힘으로 누른다고 굴복할 상대가 아니니 잘 구슬러 잇속을 챙기는 게 낫다는 현실론이 득세한 결과다.
어쨌든 4년연속 사상최대 무역적자에 직면한 부시 행정부가 의회나 이익단체를 달래려고 좌충우돌할 것은 명백하다.
새해들어 한국이 빠른 속도의 원화 절상을 용인하고 미국과 FTA협상 착수를 전격 선언한 것은 이런 사정을 감안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의 지혜다.
다만 최선의 수순인지 걱정이다. 실리만 따진다면 일본과의 FTA가 가장 이익이 크고 중국-미국의 순서일 것이다. 국민정서나 반발을 고려하면 일본과의 FTA가 가장 어렵고 미국-중국의 순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런데 실리가 크지 않고 반발도 만만찮을 미국과의 FTA를 먼저 선택했다.
우리 경제외교의 외줄타기 곡예는 차라리 숙명이다.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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