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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중국 중부에 거대도시가 세워진다 등록일 : 2005-11-29 조회수 : 582

중국 중원지방 허난성(河南省)의 성도인 쩡저우(鄭州) 동부에 대도시 하나가 새로 생기고 있다. 서울시(605㎢)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50㎢에 마천루를 세우고, 공단을 조성하고, 주민 150만명이 거주할 아파트와 공원·학교를 짓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허난성이 2003년부터 10년 계획으로 건설 중인 이 쩡둥신도시(鄭東新區)는 올 하반기 일부가 완공돼 지난 9월부터 쩡저우 시내 5개 대학이 이전하는 등 도시 기능을 일부 시작했다.

요즘 중국은 여러 지역에서 쩡둥신도시 같은 ‘경제 뉴타운’이 개발되고 있다. 상하이(上海)가 노후한 기존 도시 기능을 대체하기 위해 1990년대 푸둥(浦東)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쩡둥 뒤에는 신도시 면적보다 수백 배 큰 허난성의 야망이 숨어있다. 리청위(李成玉) 허난성장은 “쩡저우 등 한 덩어리로 묶인 아홉 도시를 경제적으로 통합해 초대형 산업중심도시로 키우는 중부굴기(中部起)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며 “쩡둥신도시는 앞으로 만들어질 ‘중원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거대도시)’의 핵심지로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허난성 9개 도시의 면적은 5만8700㎢로 남한 면적(9만9900㎢)의 절반이 넘는다. 인구는 3870만명. 상하이를 중심으로 16개 도시가 역할을 분담해 하나의 경제권으로 성장한 창장(長江) 삼각주를 모델로, 쩡저우를 중심으로 한 ‘중원도시 경제권’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허난성은 3500년 전 중국 최초의 국가인 상(商)왕조가 자리잡았던 ‘중국의 발원지’이나, 현대에는 공업화에 뒤처졌다. 외지인에겐 무예의 본산 소림사(少林寺)가 있는 곳과 고대 유적이 많은 관광지 정도로 알려졌다. 집단적으로 피를 팔아 생계를 잇던 극빈층 농민 2만5000여명이 1990년대 이후 불법적인 매혈(賣血)과정에서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집단 감염돼 충격을 줬을 정도로 가난한 시골 농촌이었다. 그랬던 허난성이 “9개 도시를 아우르는 거대 산업지역을 건설해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며 중부굴기의 ‘대표선수’를 자임한 것이다.



육상교통의 요지 쩡저우, 물류도시로

쩡저우는 중국 전체에서 손꼽히는 육상교통의 요지다. 중국의 동서 대동맥인 롱하이(龍海)철도와 남북 대동맥인 경광(京光)철도가 만나는 지점이다. 쩡저우역은 이 덕분에 중국 최대의 컨테이너 환적역으로 성장했다. 쩡저우역은 또 중국에서 가장 큰 기차 조차장(操車場·철도에서 객차나 화차의 분리·연결을 조절하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이 추진 중인 전국의 고속철도 9개 노선 중 4개 노선이 정주 등 허난성을 통과할 예정이다. 중국을 종횡하는 베이징(北京)~광둥성 주하이(珠海) 간 고속도로와 롄윈강(連雲港)~훠얼궈쓰(爾果斯) 간 고속도로도 쩡저우에서 교차한다.

쩡저우는 이런 육상교통의 강점을 ‘하늘’로 확장해, 육상과 항공화물 운송을 잇는 물류도시로 목표를 잡고 지난 4월 17일 국제화물노선을 처음 열었다. 그 뒤 6개월여 만인 현재 쩡저우 신쩡(新鄭) 국제공항에선 중국 전역에서 모여든 상품이 매일 독일, 인도, 방글라데시, 아랍에미리트, 나이지리아, 케냐, 우간다 등지로 이륙한다. 4월부터 10월 말까지 이 공항을 통해 수출된 액수가 10억달러에 이른다. 현재 신쩡공항에는 국제항공화물 운송업체 10여개사가 입주해있으며, 항공기 수용 능력과 화물처리 시설을 확장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9개 도시마다 특화산업 육성

탄광지대인 쩡저우 서북쪽 도시 자오쭤(焦作)와 지위안(濟原)은 전력 공급이 임무다. 이 도시들은 발전사업을 위한 외자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자오쭤시에선 미국과 홍콩 자본의 발전소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전력도 진출, 지난해 말부터 5억9000만위안(약 767억원)을 투자해 5만㎾ 화력발전소 2기를 짓고 있다. 내년 6월과 10월 각각 완공예정인 두 발전소는 지금까지 사용하지 못하던 저질 무연탄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을 채용했다. 자오쭤시는 한전 등 이런 저질 무연탄 활용 기술을 채택하는 외국 발전소에 세금감면 등 여러가지 혜택을 준다. 한전은 두 발전소가 완공된 후 21년간 전력을 생산해 허난성에 판매하게 된다. 한전은 60만㎾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기 위해 중국 중앙정부에 사업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뤄양(洛陽)은 중화학공업과 고대 유적을 활용한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카이펑(開封)은 농산물가공·방직·의약품제조 등으로 경공업, 뤄허(河)는 식품공업, 핑딩산(平頂山)은 광업·금속가공, 쉬창(許昌)은 화학·농기계·담배제조 등으로 특화하고 있다. 신샹(新鄕)은 정쩌우의 물류배후기지로 개발한다.

허난성은 중국의 주요한 곡창지대다. 그러나 현재 인구 9300만명 중 안정적인 수입원이 없는 농촌 노동자가 2400만명에 이른다. 허난성 정부는 이들을 9개 도시 일체화 발전 과정에 필요한 공업노동력으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경제개발 도입 단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식으로, 저렴한 노동력의 안정적인 공급과 농촌 빈곤 문제 해결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9개 도시의 시장 등 고위급 지도자들은 2003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있으며, 현재 도시 인프라 구축, 금융자원 공유, 교육자원 공동 활용 등 도시 기능 융합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런 노력은 이미 효과를 보고 있다. 허난성의 올해 1~9월 공업생산량 증가율은 지난해 동기보다 23.4% 증가했다. 이는 중국 전체 평균보다 7.1% 포인트 높은 수치다. 허난성의 공업생산량 증가율은 2002년 7월 이후 39개월 연속 중국 평균을 상회했다.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허난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6.01%에서 2004년 6.46%, 올 상반기 7.2%로 높아졌다.

아직 한계도 적잖다. 리우롱청(劉榮增) 쩡저우대학 도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뤄양에서 카이펑까지 중원 9개 도시군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는 이미 만성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을 정도로 9개 도시간 교통망이 충분치 않으며, 전화 등 통신망 통합도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밖에 도·농간의 경제 격차가 크고 대외개방이 중국 다른 지역에 비해 더딘 점과 고등교육기관이 상대적으로 덜 발전해 고급 인재 공급이 수월하지 않은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왕원하이(王文海) 쩡저우시장은 “9개 도시를 묶어 산업 기반을 닦고 전력·토지난과 고임금에 시달리는 동부 연해지대의 산업을 유치해 성장 속도를 더 높일 계획”이라며 “2020년에는 9개 도시가 결합된 이 지역이 인구 4600만명, 1인당 연소득 5000달러까지 발전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출처 : 조선일보)